[셀프/독립출판 후기] 두 번째 소설!
잊혀진 도깨비의 사연을 뉘가 듣고 남길 수 있으랴? 언제 적 인연이 금생까지 이어지며 내게 이러한 글 쓰기를 간청하니, 세상 사람들이 나를 보고 미쳤다 할지라도 그의 사연을 남기는 까닭은 그 놈 도깨비 광흥의 생각과 나의 뜻이 서로 맞아 책을 내게 되었다. 그의 사연을 모두 듣기까지 3년의 세월이 걸렸고, 책을 쓰는 데엔 3개월이 시간이, 인쇄를 하기까진 3일의 시간이 걸렸다.출판사는 내가 차린 《사람의향기》요, 이번에도 지난 번 [인어의 메아리] 때와 마찬가지로 《북토리》를 통해 인쇄를 맡겼다. 옛날엔 편집 파일을 들고 충무로로 직접 가서 인쇄, 제본을 맡겼었는데, 이제 그러한 일은 무척이나 구시대 적인 일이 되었다. 북토리를 통해서라면 집에서 편하게 책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사전 옵션 값 선택도 가능하지만, 커스터마이징도 용이하다. 북토리의 가장 좋은 점은 제본을 위한 설정 진행이 쉽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필요한 내용을 하나하나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북토리에서 마련한 선택지 안에서 마우스 클릭만 하면 된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하나, 여전히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구분되어 있다. 또한 내가 설정한 옵션을 저장할 수 있으니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수량만 인쇄(4권 이상)하면 된다. 또 원고 파일(PDF)를 등록하면 분석을 통해 컬러가 들어간 페이지와 흑백 페이지를 자동으로 확인해 주는데, 편집자가 직접 어느 쪽을 컬러로 할지 흑백으로 할지 입력하는 것도 선택에 따라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최종 단계에 가서는 세네카(책등)의 넓이까지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데, 표지 작업까지 직접 하는 작업자에게는 이 기능이 몹시 유용하다.선택 가능한 종이도 다양하고, 인쇄 품질도 서비스도 우수하다 뛰어난 것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뿐이 아니다. 인쇄의 품질도 우수하고 제본 작업도 우수하다. 접착제를 활용한 떡제본은 잘못 작업하면 낱장씩 떨어지기 시작하여 책이 망가지기 쉽상인데, 내가 북토리를 통해 제본한 책들 중에 불량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유일한 불량이라면 내 스스로가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냈던 오탈자가 전부였다. 이런 내 성격과는 반대로 북토리에서는 검수도 꼼꼼하게 해준다. 인쇄 작업 전 인쇄소에서 인쇄를 위한 검수가 들어가고, 편집자에게 오탈자나 편집 검수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데에 있다. 세 번까지는 흔쾌히 수정의 기회를 제공한다. 위 책만 하더라도 내가 컬러 페이지 설정을 잘못 표기했었는데, 북토리에서 이를 발견하고 정정해 주셨다. 책을 만듦에 있어 이런 검수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제 아무리 소량으로 인쇄를 하더라도 편집자의 실수가 들어간 책은 단지 뗄감이나 폐지에 지나지 않게 되니 말이다.셀프/독립출판은 북토리 그러니 나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서적 인쇄는 북토리에 맡길 예정이다. 나는 내가 인쇄하는 책의 본문 내 서지 정보에도 인쇄일 옆에 인쇄소를 밝힌다. 옛날에 만들어진 책들에는 인쇄소가 몹시 중요하게 표기되는 낭만이 있었는데, 요즘은 좀처럼 그런 일이 드문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이를 밝히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인지, 아니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출판사와 인쇄소 사이에 이어지는 이러한 형용할 수 없는 유대관계가 상당히 서정적인 낭만으로 느껴져 다시금 인쇄소가 책에 새겨지는 기류가 일어나길 바란다.